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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B(한글) (년10회/1년 정기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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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형태 (주)제이오에이치
발행국/언어 한국 /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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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거진B 소개     





 











『매거진 B(Magazine B)』는 제이오에이치의 관점으로 전 세계에서 찾아낸 균형 잡힌 브랜드를 매월 하나씩 소개하는 광고 없는 월간지다. 비즈니스를 구상하는 브랜드 관계자부터 브랜드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싶어 하는 사람까지 브랜드에 관심을 가진 모두를 위한, 진지하지만 읽기 쉽다.


 

저자 : 제이오에이치 편집부
저자 제이오에이치 편집부는 2011년 4월 그 모습을 드려낸 제이오에이치에 속해 있으며 NHN에서 크리에이티브 마케팅ㆍ디자인(CMD) 본부장을 역임한 조수용 대표가 설립한 새로운 집단입니다. 조수용 대표는 한국의 구글로 불릴만큼 국내외로부터 큰 찬사와 관심을 받은 NHN 분당 사옥의 탄생을 총괄 디렉팅하고 이를 단행본 〈그린팩토리〉로 펴내며 출판계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그는 현재 각 분야의 디렉터를 모아 제이오에이치를 설립한 뒤 NHN에서의 경험을 살려 건축 디자인은 물론 대기업의 브랜드 컨설팅, 인테리어, 제품 등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제이오에이치가 바라보는 좋은 브랜드의 관점을 담아 본격적인 자체 브랜드 생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매거진 〈B〉는 그 첫번째 결과물로서 (주)제이오에이치와 세상을 잇는 다리가 되고자 합니다.


 

B IS AN AD-LESS MONTHLY PUBLICATION THAT INTRODUCES ONE WELL-BALANCED BRAND UNEARTHED FROM AROUND THE GLOBE IN EACH ISSUE. BETWEEN ITS COVERS, B NOT ONLY SHARES UNTOLD STORIES BEHIND A BRAND IN COVERAGE BUT ALSO ITS SENTIMENT AND CULTURE THAT ANY READERS INTERESTED IN BRAND MARKETING AND MANAGEMENT CAN LEAF THROUGH THE PAGES WITH EASE.



왜 만드는가?


브랜드가 난무하는 오늘날 진짜 좋은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함께 알아 보고자 합니다. 거기에 과월호도 간직하고 싶은 잡지, 브랜드로부터의 금전 지원이 없어 광고 영향을 받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잡지, 매체 간 정보의 혼용과 혼재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매체만의 독자적 관점을 유지할 수 있는 잡지를 만듦으로써 미디어 본연의 모습을 찾아 보고자 합니다.


 

무엇을 다루는가?


제이오에이치가 전 세계에서 선별한 ‘균형 잡힌 브랜드’를 매거진 B만의 관점으로 매월 하나씩 한 권의 이야기로 분석하고 소개합니다. 그 선정 기준은 아름다움, 실용성,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브랜드의 의식입니다.



누가 보는가?


브랜드 관계자부터 브랜드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싶어하는 사람까지, 비즈니스를 구상하거나 브랜드에 관심을 가진 모두를 위한 잡지입니다.


 

어떻게 구성되는가?


소비자의 시각에서 하나의 브랜드를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경험을 나누며 깊은 애착을 갖게 될 때까지의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 한 편의 긴 호흡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인트로, 아웃트로와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강렬한 이미지로 전달하는 비스컷 등은 텍스트의 비중이 큰 다른 페이지와의 균형을 맞춰줍니다. 어려운 말로 쓰인 브랜드 마케팅 책을 공부하는 것보다 실제 현장에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는 것이 브랜드를 이해하는 진정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꼭 알아야 할세가지 포인트는무엇인가?


매거진 B는 브랜드, 균형, 관점이 있습니다.
매거진 B는 브랜드로부터 브랜드 선정에 관련한 어떠한 금전적 지원도 받지않습니다.매거진 B는 국영문 별도 동시 발행해 해외에서도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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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신호 매거진B     










 

 


이 책에 대하여


매거진 <B>는 제이오에이치의 관점으로 찾아낸 전 세계의 균형 잡힌 브랜드를 매월 하나씩 소개하는 광고 없는 월간지입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상하는 브랜드 관계자부터 브랜드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싶어 하는 이들까지, 브랜드에 관심을 가진 모두를 위해 만드는 진지하지만 읽기 쉬운 잡지입니다.


이슈 소개


일흔일곱 번째 매거진 <B>입니다.


어떤 물건을 마주하면서 물건의 생명력에 대해 생각해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제게 손목시계는 그 무엇보다 생명력에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물건입니다. 다양한 소재와 모양으로 누군가의 손목 위에 올라가 있는 시계는 그저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는 듯 보이죠. 마치 수십 년간 숙성된 와인이나 위스키의 시간에 경배를 보내는 것처럼, 대부분의 손목시계 역시 오랜 세월을 보냈음에도 변치 않는 형태와 구동 방식으로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고급 기계식 시계일수록 그 상징은 더욱 뚜렷해지죠.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전자 기기로 시간을 확인하는 시대에 손목시계의 ‘생존’은 더욱 극적으로 다가옵니다. 스마트 워치의 등장으로 기존 시계 산업에 변화가 일 거라는 예측이 팽배했지만, 아직까지 그 예측은 긍정적으로 해석되는 편입니다. 스마트 워치 스스로 사람의 손목 위에 가장 유용하고 값진 물건이 올라가는 장면을 다음 세대에 자연스럽게 전수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이번 호에 소개할 지샥 역시 1983년 일본에서 탄생해 지금까지 생존한 손목시계입니다. 살아남은 것은 물론이고, 손목시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큼 신드롬을 불러온 물건이기도 하죠. 고급 시계를 제외한 실용 시계 영역에서 한눈에 브랜드를 식별할 수 있는 시계는 지샥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지샥은 시계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에서 독창성을 드러냅니다. 지샥의 독창성은 무섭도록 기능에 집중해 기능 자체가 곧 디자인이자 마케팅, 브랜딩이자 사업 전략이 되도록 한 데서 기인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부서지지 않는 시계’, 10m 높이에서 아래로 떨어뜨려도 멀쩡한 시계’. 단 한 줄로 설명 가능한 물건을 만든 것이 그들의 업적이고, 그 업적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을 설득합니다.


본질과 속성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물건이 꽤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담보이기도 합니다. 이해와 설명이 쉬우면, 빠르게 구전되고 더 많이 회자되죠. 지샥이라는 이야기의 원전은 오직 하나, ‘강함(toughness)’이고 그 단순한 메시지는 마치 신화처럼 사람들의 호기심을 계속 자극합니다. 단순한 메시지 덕분에 어떤 컬러와 소재를 대입해도 지샥의 오리지낼리티는 흔들림이 없습니다. 심지어 고강도의 커스터마이징 작업을 가해도 그 기개는 여전하죠. 시계 브랜드로서 의미 있는 숫자의 팬덤을 거느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샥은 디지털 시계 혹은 실용 시계의 하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 존재합니다. 하나의 장르로 존재한다는 것은 곧 스스로 게임의 룰을 설정할 권한을 가진다는 의미죠. 카시오의 엔지니어로 입사해 지샥을 발명한 이베 키쿠오 역시 그 게임의 자유로움에 대해 얘기한 바 있습니다. (지샥은)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다루면 돼요.


여기서 지샥의 오리지낼리티가 과연 탄생하는 순간부터 완성형이었을지에 대한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매거진 <B> 편집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대답은 ‘아니요’에 가깝습니다. 지샥의 사람들은 본질에 집중하고 몰두하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했고, 그러한 반복의 시간을 버텨냈다고 말합니다.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시계가 되기까지 함께 기다린 셈이죠. 기다림은 ‘0’에서 시작하는 발명과 마찬가지로 용기를 내야 하는 일입니다. 용기가 담긴 물건을 만나는 일은 점점 드물어지는 만큼, 사람들에게 값진 경험을 주죠. 주변을 기웃거리지 않고, 검증된 성공에 기대지 않으며 용기를 낸 사람들의 물건과 거기에 담긴 이야기를 더 많이 전하고 싶습니다.


편집장 박은성


목차


02 Intro



09 Editor’s Letter


12 In Yamagata


프리미엄  지샥을 만드는 일본의 야마가타 공장에서 본 것들


20 Opinion


지샥 발명가 이베 키쿠오


26 Engineering


지샥의 성능을 증명하는 혹독한 실험

34 Components


하나씩 뜯어본 지샥 내부의 부품


40 Technology


더 정확한 시간과 더 강인한 구조를 위한 지샥의 기술


42 Line-up


지샥 디자이너가 직접 들려주는 라인업 별 시계 설명


48 Opinion


<크로노스> 일본판 편집장 히로타 마사유키


54 Retail


각자의 철학으로 지샥을 취급하는 시계 가게들


60 Evolution


기계식 시계부터 스마트워치까지, 손목시계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발전사


66 They Said


DJ, 스타일리스트, 서퍼, 주얼리 디자이너가 말하는 시계와 지샥


70 Opinion


빔스 디렉터 나카다 신스케


76 Collaboration


지샥이 콜라보레이션한 57개의 시계를 보며 느끼는 지샥의 다양한 면모


84 Collection


어느 지샥 수집가가 말하는 자신의 수집과 취향의 근거


88 Customizing


지샥 커스터마이징 전문가가 들려주는 지샥에 대한 애착


94 The Molded


104 Brand Story


두꺼운 플라스틱 시계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기까지


112 From the Headquarter


지샥의 품질과 디자인을 만드는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116 About Casio


지샥의 모회사 카시오에 대해 조금 더 알아두면 좋을 사실


118 Industry


손목시계의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전망과 세계 최고의 시계 마케터 장 클로드 비버와의 인터뷰


122 Dictionary


매거진 <B> 지샥 편을 보면서 궁금했을 법한 단어의 개념


124 Figures


일본과 세계 시계 시장, 그리고 지샥에 대한 통계 수치 모음


127 References


129 Outro






과월호  Past Magazine





 

 


이슈 소개


일흔여섯 번째 매거진 <B>입니다.


‘커피 브레이크 co ffee break’란 표현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우리는 일과 중 휴식이나 재충전을 필요로 할 때 늘 커피와 함께 하죠. 반대로 극도의 집중과 몰입을 요하는 시간에도 커피 한 잔의 힘을 빌립니다. 커피 자체를 미식의 대상으로 삼아 어느 도시와 지역을 방문하든 최고의 카페부터 찾는 사람이 있고, 집이나 사무실에 각종 커피 도구를 갖추고 마치 카페처럼 커피를 내려 먹는 이들도 종종 보게 됩니다. 또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을 오프라인으로 불러내는 것도 커피입니다. 이처럼 현대 사회가 커피콩으로 내린 음료 한 잔을 소비하는 방식은 실로 ‘신드롬’에 가깝습니다. 푸드 영역을 아울러 단일 품목으로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사회·문화적 영향력을 갖는 건 커피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터뷰로 만난 캘리포니아 출신의 어느 사업가는 “(21세기 이후) 미국이라는 나라는 커피로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비단 미국의 얘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한국 역시 수많은 커피전문점이 성행하며, 끊임 없이 새로운 스타일의 카페를 배출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늘 각성된 상태로 산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만큼요.


이 신드롬의 양상은 커피보다 카페라는 공간 혹은 커피 브랜드를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이번 호로 소개하는 블루보틀 커피 Blue Bottle Co ee는 최근 10여년간 그 신드롬을 이끈 브랜드입니다. ‘제3의 물결’이라 불리는 스페셜티 커피의 대표주자로, 독창적인 맛은 물론 커피한 잔과 연결된 모든 경험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해왔죠. 이러한 블루보틀의 노력이 일련의 성과를 거둔 덕분에 고급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 산업의 규모 역시 눈에 띄게 성장했습니다. 매거진 <B> 7년 전 다뤘던 인텔리젠시아 Intelligentsia 역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늘 블루보틀과 함께 거론되곤 합니다.

 

7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두 곳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를 다루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은 스페셜티 커피가 막 대중화 흐름을 타던 시기였고, 당시엔 로컬 지역과의 연결, 개인화에 기반한 호스피털리티, 유통과 산지 환경 개선 등의 면에서 블루보틀과 인텔리젠시아, 그 외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의 방향성이 크게 다르지 않았죠. 시장에 대응하는 블루보틀의 방식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 건 스페셜티 커피 업계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부터입니다. 그들은 제3의 물결 이후 ‘어떤 새로운 과제를 발굴해 스스로 또 다른 물결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공격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좋은 브랜드의 성장 과정은 대개 고유의 가치를 만들고, 그 가치를 흔들림 없이 지키는 모습으로 이야기되는데, 블루보틀의 경우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갔죠. 그들의 ‘다음’은 브랜드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유의미한 비즈니스를 만들도록 가치를 확장하고 정비하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브랜드에 지지를 보내던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내부에서 여러 잡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수용하는 이들만이 새로운 성취를이룰 수 있는 것도 사실이죠.


이 대목에서 저는 창립자 제임스 프리먼의 말을 되새기게 됩니다. “저희가 고리타분하고 다른 누군가가 몰두하는 순수성에 지나치게 집중했다면, 라테 메뉴조차 만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희는 그런 회사가 되지 않을 겁니다.” 마치 우수한 스포츠팀이 안일한 승리로 일관하기보다 끊임 없는 전술 실험과 선수층 강화로 세대 교체에 성공하듯, 블루보틀 역시 도전적인 행보를 택한 것이죠. 그들이 원두 구독 서비스와 분쇄 기술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구글 벤처스의 지원을 받아 홈페이지를 개선하며, 체계화된 직원 양성 시스템을 차근차근 갖춰온 것도 바로 이 로드맵의 일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거진 <B>

이번 호를 펴내며 2002년 맛있는 커피를 정성껏 내리는 일로부터 시작해,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맛있는 커피를 접하는 일’로 브랜드의 가치를 확장한 이야기를 담고자 했고, 그 이야기가 일종의 ‘커피 브레이크’처럼 성장이라는 화두에 대해 환기하는 시간을 갖게 하길 바랍니다.


편집장 박은성

 

목차


02 Intro


09 Editor’s Letter


12 Welcome

도쿄에 자리한 여러 블루보틀 매장에서 마주친 사람들

 

16 Opinion

블루보틀 커피 컬처 디렉터 마이클 필립스

 

20 Slow Coffee

균형 잡힌 커피 맛을 내는 블루보틀의 세 가지 추출 레시피

26 Mate

블루보틀 고유의 커피 문화를 대변하는 바리스타와 로스터들

 

30 Backstage

블루보틀 커피 전 지점의 커피 맛을 통제하는 오클랜드 로스터리와 커핑룸

 

34 Essenstials

미적 감각과 독자적인 기술력을 반영한 블루보틀의 다양한 상품군

 

42 Opinion

브랜드 기획자 임태수

 

46 Atmosphere

지역성과 개별성을 받아들인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 블루보틀 커피 매장

 

50 Experience

브랜드의 철학을 실체화한 블루보틀 커피의 공간과 그곳에서의 커피 경험

 

63 Opinion

블루보틀 커피 EVP 이가와 사키

 

66 Atmosphere

동네 특유의 정취 속에 편안한 이웃집처럼 자리한 일본 내 블루보틀 커피 매장

 

70 Café Society

다양한 영역에서 브랜드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말하는 블루보틀 커피의 영향력과 성장 동력

 

80 New Wave

블루보틀 커피 진출 이후 스페셜티 커피 문화의 대중화에 일조하는 도쿄의 로스터리 카페

 

86 Refined


96 Brand Story

블루보틀의 탄생과 성장 스토리

 

104 Interview

창립자 제임스 프리먼, CEO 브라이언 미한

 

112 Henry House

오클랜드에 자리한 블루보틀 커피의 본사 헨리 하우스

 

116 Session

기업 문화와 호스피털리티에 대한 접근법이 응축돼 있는 블루보틀의 트레이닝 프로그램

 

118 Partners

브랜드 성장의 기반이 된 대규모 벤처 투자와 인수

 

122 Origin

블루보틀 커피가 취급하는 싱글 오리진 원두의 대표적 산지

 

124 Coff ee Capitals

독자적인 카페 문화를 형성한 4개 도시

 

128 Seoul

블루보틀 커피의 두 번째 해외 진출국으로 의미를 갖는 도시 서울

 

132 Figures

블루보틀 커피의 비즈니스 규모와 스페셜티 커피의 영향력을 짐작해볼 수 있는 숫자들

 

135 References


137 Outro

 



과월호  Past Magazine






 

 



일흔다섯 번째 매거진 <B>입니다.


2~3년 전 즈음 지인과 짧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잘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대화의 주제는 부의 상징 혹은 그럴 듯한 삶을 알아보는 척도로 이어졌고, 둘 모두 패션 아이템이나 자동차, 시계, 스마트 기어 등으로 삶의 질을 가늠할 수 없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렇게 다다른 결론은 특정 소유물이 아닌, 사람의 몸으로 삶의 수준을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었죠.


물론 몸무게나 근육량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자신의 몸을 관리하고 살피는데 얼만큼의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느냐의 문제에 가깝죠. 잉여의 자원과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곧 누군가의 라이프스타일을 결정한다고 본다면 현 시대는 ‘시니컬한 취향’보다 건강한 몸과 마음에 투자하기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취향이나 스타일은 일정 부분 곁눈질로 학습이 가능하지만 건강한 삶이란 좀처럼 흉내 낼 수 없기에 궁극의 럭셔리로 분류할 수도 있을 겁니다.


최근 LA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이 주장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게 됐습니다. 1~2년 전에도 그런 징조가 보였지만, 올해 들어 트렌드에 민감한 이 도시는 ‘웰니스 wellness’ 분야 비즈니스가 무르익은 모습이었죠. 가장 세련되고 멋진 사람들을 고급 패션 부티크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몰린 거리가 아닌, 건강식 카페, 주스 전문점, 운동 스튜디오 앞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었으니까요.


그 중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은 스포츠 관련 매장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 소개할 캐나다의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의 매장은 웰니스 열풍을 이끈 진원지답게 많은 사람으로 붐볐죠. 산뜻한 컬러와 활동적 패턴의 운동복 차림을 한 룰루레몬의 고객들은 건강한 몸과 밝은 태도만으로 스스로를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바로 그것이 룰루레몬이 전파하고자 하는 문화이기도 하고요.


룰루레몬이라는 브랜드가 누군가에게는 다소 생경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성장세와 시장에서의 파급력을 알고 나면 주목하지 않을 수 없죠. 2018년 집계한 세계 스포츠웨어 브랜드 수익 순위에서 룰루레몬은 나이키, 아디다스, 퓨마 등의 글로벌 브랜드에 이어 5위를 차지했고, 2015년 발표한 1평방피트당 매장 판매액은 1541달러로 패션 리테일 브랜드 중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창립해 요가마니아를 겨냥하던 브랜드가 어떻게 시장을 서서히 잠식하며 기성 스포츠 브랜드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선동과 투쟁심을 중심으로 한 정통 스포츠 정신에서 완전히 비껴나 있는 점을 이들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은 강한 어조로 도전과 성취를 일깨웁니다. , 프로페셔널리즘으로부터 비롯된 브랜드 철학이 마케팅은 물론 디자인과 다방면의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하죠. 요가를 기반으로 시작한 룰루레몬의 지향점은 이와 반대로 ‘퍼스낼리티’, 즉 개인의 속성에 닿아 있습니다.


누군가를 닮을 필요도, 목표에 주눅들 필요도 없습니다. 신체를 단련하는 일이 삶을 구성하는 여러 태도 중 하나로 자리하길 바라며, 그 방식이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룰루레몬의 운동복이 출근복이나 가벼운 외출복으로 활용되며 경계를 넘나드는 것 역시 사용자의 자유도를 존중하는 브랜드 철학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철학은 제품 개발에도 직접적으로 반영됩니다. 룰루레몬의 제품을 수식하는 여러 표현 중엔 ‘아무 것도 입지 않은 듯한(naked)’이 있습니다. 그들은 대표 제품인 팬츠 카테고리를 스타일이나 운동 종목이 아닌, ‘몸을 감싸는 느낌과 정도’를 기준으로 구분하고 매장에 진열합니다.


실제로 룰루레몬의 기술 개발 부서는 특정 스펙 대신 주관적 감정과 느낌을 디자인으로 구현하며, 이 작업에 대해 “고객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기반으로 퍼포먼스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하는 것”이라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신체의 특정 부위를 강하게 지지하는 기능이 어떤 사람에게는 필요치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룰루레몬은 여느 스포츠 브랜드와 달리 경험을 기반으로 한 개인의 다양성에 집중해왔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계몽하기보다 특정 소수를 확실하게 만족시킬 방법을 연구한 셈이죠. 더욱 기대되는 대목은 개인마다 확연히 다른 몸의 움직임을 분석해 고도로 커스터마이징한 제품을 추천하는 단계를 브랜드의 미래 노선으로 밝혔다는 점입니다.


요가의 정신과 물리적인 기술력을 결합해 컬트적 성공을 거둔 룰루레몬이 ‘자기다운’ 성공 신화를 다시 써내려가길 기대해봅니다.


 


편집장 박은성



목차


02 Intro


09 Editor’s Letter


12 Black Stretchy Pants


SNS와 미디어를 통해 살펴보는 룰루레몬 검정 얼라인 팬츠의 파급력


 

16 Opinion


룰루레몬 글로벌 컬처 & 탤런트 인테그레이션 디렉터 아만다 캐스가


 

20 Milestones


브랜드의 전환점을 마련한 대표 매장 세 곳


 

26 Experience


체험형 매장을 선구한 룰루레몬의 공간 기획과 활용


 

32 Opinion


룰루레몬 화이트스페이스 부사장 톰 월러


 

36 Inner Space


룰루레몬 제품의 핵심인 ‘감각의 과학’에 대한 연구와 실험이 이루어지는 화이트스페이스


 

46 Essentials


연구와 실험을 통해 탄생한 룰루레몬의 핵심 제품군과 특징


 

52 Dialogue


기능성 위에 감각적 디자인을 더해 애슬레저 룩을 완성하는 룰루레몬 디자인 팀과의 인터뷰


 

58 Sweat Life


웰니스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그를 반영한 아이템


 

66 Communities


몸과 마음의 균형을 통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커뮤니티형 웰니스 비즈니스


 

76 Opinion


룰루레몬 글로벌 요가 앰배서더 첼시 잭슨 로버츠


 

80 Manifesto


삶과 사고방식의 방향을 제시하는 룰루레몬의 지침들


 

83 Vision & Goals


개인의 비전과 목표 설정을 장려하는 비전 앤드 골 세션 체험기


 

86 Mindfulosophy


운동을 삶의 중추 삼아 건강한 몸과 정신적 성장을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


92 Sensation


 100 Brand Story


운동과 일상을 넘나드는 스포츠웨어를 선보이며 시장을 바꾼 룰루레몬의 성장과 전망


 108 People


비전과 목표 설정을 통해 개인의 성장을 장려하는 사내 문화



112 Interview


글로벌 이벤트&애슬리트 프로그램 부사장 미셸 데이비스, 북미 지역 총괄 부사장 셀레스트 버고인


116 Celebration


매해 여름 전 세계의 룰루레몬 커뮤니티를 밴쿠버에 불러 모으는 하프 마라톤 축제


118 New Wave


차세대 룰루레몬으로 주목받는 스포츠웨어 브랜드와 웰니스 미디어 플랫폼


122 Blue Chip


주식시장의 흐름과 소비 양상으로 파악하는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지형도


124 Figures


애슬레저 시장과 룰루레몬의 성장 규모를 보여주는 수치들


127 References


129 Ou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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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Magazine B) No.74: Bangkok(한글판) 목차]

02 Intro

09 Editor’s Letter

12 At the Airport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만난 사람들

20 Greeting
자신만의 흔들리지 않는 색깔과 매력을 갖춘 방콕의 대표적인 호텔

30 Report
공격적 기세로 성장세를 이어 나가고 있는 방콕 호텔 산업의 흐름

34 Down to Earth
건강한 삶의 해법을 제시하는 방콕의 상공간

46 Interview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산시리의 디렉터 우 파혼요틴과 <모노클>의 편집장 타일러 브륄레가 말하는
앞으로의 도시 그리고 변화하는 주거 환경

50 Hub
태국 내 디자인과 크리에이티브 종사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TCDC

54 Bangkokian
태국을 기반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발현하는 방콕의 크리에이터

64 Space
방콕 구도심을 포함해 도시 내에 속속 자리 잡은 갤러리·커뮤니티 공간들

74 City Navigation
도시를 이해하기 위한 사회 문화적 키워드와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수치들

82 Skyline
역사적·건축적·경제적 의미를 지닌 방콕의 마천루들

86 District
방콕의 특색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구역별 코스

96 On the Street
낮과 밤의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말하는 음식 이야기

100 Dine and Bar
태국의 문화와 전통에 기반한 방콕의 다이닝 신과 밤의 명소들

108 Coffee Break
방콕에서 발견한 다양한 스펙트럼의 커피숍과 디저트 공간들

116 Made in Thailand
고유의 스타일과 태도를 느낄 수 있는 태국산 브랜드들

122 Communication
방콕의 광고 디자인 에이전시와 그들의 작업물을 통해 엿본 태국 광고 디자인 신의 흐름

126 Object
방콕이란 도시에 매료된 사람들이 말하는 도시의 미학 그리고 그들이 수집한 가치 있는 물건들

134 Discover
주제별로 정리한 방콕의 가볼만한 장소들

141 Ou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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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거진 B(Magazine B) No.73: CHANEL(한글판) 목차]

02 Intro

09 Editor’s Letter

12 Comments
언론과 인플루언서의 코멘트를 통해 드러나는 샤넬의 강력한 영향력

14 Quintessence
가브리엘 샤넬과 칼 라거펠트가 말하는 패션과 럭셔리의 정의

24 At The Grand Palais
컬렉션의 무대로 패션 수도 파리의 이미지를 샤넬에 투영해 온 그랑 팔레

26 Opinion
샤넬 이미지 디렉터 에릭 프룬더

30 Runway
샤넬의 세계관을 담아낸 2019 봄·여름 레디투웨어 컬렉션 현장

36 People
샤넬의 글로벌 앰배서더 캐롤라인 드 매그레와 사운드 디자이너 미셸 고베르

40 After the Show
배우 겸 모델 릴리 타이에브와 샤넬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동중인 모델 수주가 말하는 샤넬


48 People
YG 엔터테인먼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지은과 더 웹스터의 창립자 로흐 에리아드 뒤브레이유

52 Publication
샤넬의 유산과 세계관을 편집의 예술로 승화한 출판물

58 At her Apartment
샤넬 컬렉션의 모든 모티프를 낳은 원형의 오브제가 보존된 깡봉 아파트

62 Opinion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아만다 할레츠

66 Personal Style
다섯 명의 유저가 이야기하는 샤넬의 자유로움과 스타일링의 즐거움

70 Talks
《하퍼스 바자 UK》 편집장 저스틴 피카디와 《보그 코리아》 편집장 신광호가 바라본 샤넬

82 At Place Vendo?me
파리의 방돔 광장에 위치한 워치 & 화인 주얼리 부티크와 워크숍

86 Grasse
샤넬 향수의 전통성을 지키는 그라스 페고마 농장과 샤넬의 4대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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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 소개할 덴마크의 리빙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헤이의 물건이 제게는 그렇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처음 헤이라는 브랜드를 접한 건 유럽의 어느 디자인 편집 매장에 진열된 황금색 가위를 통해서였죠. 그 이후 여러 편집 매장을 다니며 컬러풀한 패턴을 입힌 옷걸이와 마름모 모양의 철제 트레이, 몸체와 칫솔모가 하나의 컬러로 통일된 칫솔 등을 구매했고, 최근엔 그 리스트에 디자인 마이애미와 협업한 미니 노트 몇 권과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장바구니를 추가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헤이의 물건을 고를 때마다 가격이나 실용, 취향 등의 요소를 깊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디자인이되 표현의 수위가 지나치지 않고, 기회 비용을 떠올릴 만큼 가격 장벽이 높지 않은 것이 주효했기 때문인데요. 디자인 소품 뿐 아니라 헤이가 선보이는 가구 역시 이런 전략과 태도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를 키우며 적절히 취향에 대한 타협을 해야 하는 가정이나, 인테리어에 대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수 없는 캐주얼한 카페 혹은 스타트업 사무실에서 헤이의 의자와 테이블, 선반 시스템을 반기는 건 그들의 디자인이 보여주는 포용성 덕분이죠.


코펜하겐 현지 취재를 통해 만난 헤이의 사용자들 역시 입을 모아 헤이의 포용성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들의 공간을 채운 헤이의 제품은 헤이보다 값싼 물건과도, 헤이보다 값비싼 물건과도 스스럼 없이 어울리죠. 외골수 같은 거장의 가구 옆에서 주눅들지 않으면서 적당히 주연을 빛나게 해줄 줄 아는 면모는 곁에 두고 싶은 친구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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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소개

 

일흔 번째 매거진 <B>입니다.

 

새롭게 옮긴 자리에서 서가에 꽂힌 매거진을 바라보며 이 책을 만들어온 7년이라는 시간을 찬찬히 돌아보니, 매달 치열했던 그 시간들이 유난히 더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그중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지켜온 <B>라는 브랜드에 대한 독자분의 반향과 응원이 가장 큰 보람으로 남습니다. 더욱 단단한 브랜드로 성장해가는 매거진 <B>와 그간의 생각을 모아 서점이라는 공간으로 구현한 ‘스틸북스 Still Books’의 새로운 탄생을 보며, 어려움 속에서도 여기까지 함께해온 동료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다시금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호의 주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 포르쉐입니다. 자동차라는 물건이 세상에 탄생한 이래, 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많은 히스토리를 써 내려온 브랜드이죠. 세상 모든 남자의 로망이 된 고가의 자동차이자 그만큼 소유하기 부담스러운 물건이기에, 그 명성에 비하면 의외로 직접 경험한 사람보다 그저 어린 시절 멋진 사진으로 방에 붙여둔 ‘드림카’ 이미지로 더 익숙한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또 그만큼 성공에 대한 꿈을 상징하는 자동차이죠.

 

자동차 마니아들은 포르쉐 911 카레라를 두고 “평소 출퇴근용으로도 탈 수 있는 현실적인 스포츠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스포츠카로서 고성능과 함께 승용차로서 편의성도 부족하지 않다는 뜻이죠. 현실과 이상의 절묘한 균형점에 머무는 그 감각이 지금의 포르쉐 브랜드를 대단하다고 평가하게 만드는 독보적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르쉐는 고성능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술 기업이자, 사람의 욕망을 디자인하는 전형적인 브랜드 마케팅 기업이라고 봅니다.

 

포르쉐는 현대인의 물질에 대한 욕망을 상징합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 속에서 상징적 인물인 벤의 자동차가 포르쉐 911이던 것처럼, 부자의 모습을 그릴 때는 항상 포르쉐라는 브랜드가 ‘성공한 삶’의 의미로 등장해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 자동차 본연의 기능인 이동 수단으로서 포르쉐 같은 엄청난 성능이나 디자인은 사실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포르쉐를 소유했다고 해서 누구나 멋져 보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허세 부리는 졸부로 비치기 쉬운 게 사실이죠. 자동차든 옷이든 각자의 상황에 맞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신 있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가장 멋집니다.

 

그러나 포르쉐가 어떤 이미지로 소구되든, 단언컨대 늘 진보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의 본능 속에 숨어 있는 ‘욕망’을 치열하고 아름답게 상품화하고 마케팅하는 능력을 반드시 주목해야 합니다. 자동차와는 완전히 다른 가격대의 일상적 물건인 화장품이나 작은 펜의 영역에도 다양한 욕망을 대변하는 브랜드가 존재하듯, 우리의 삶 속에는 인간이 지닌 물질적·지적 욕망을 채워주는 다양한 역할의 물건이 공존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지요.

 

이번 매거진 <B> 포르쉐 편에서 그저 비싸고 멋있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넘어, 자동차 브랜드가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대하는 방식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발행인 조수용

 

 

목차

 

02 Intro

 

09 Publisher’s Note

 

12 The Dream Car

매체의 시선을 통해 살펴본 포르쉐를 둘러싼 동경과 이를 만드는 매력

 

16 Meet the Drivers

포르쉐 클럽 오브 아메리카 회원으로부터 들어본 포르쉐 브랜드의 가치

 

20 Opinion

포르쉐 익스클루시브 프로젝트 매니저 파비엔 하우그

 

24 Personalization

나만의 포르쉐를 만드는 포르쉐 익스클루시브 서비스의 각 과정

 

30 Origin

포르쉐의 차체 안에 가려져 있던 고성능 부품

 

36 Engineering

8가지 키워드로 짚어 본 포르쉐 엔지니어링의 특징

 

44 Opinion

금호타이어 레이싱 팀 감독 김진표

 

48 Attraction

포르쉐 오너가 경험하는 포르쉐 브랜드

 

58 Lifestyle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에서 엿볼 수 있는 포르쉐 오너의 디자인 코드

 

64 Opinion

포르쉐 뮤지엄 클래식카 매니저 알렉산더 E. 클라인

 

72 In California

자동차 메카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발하는 포르쉐의 가치와 그것을 즐기는 문화

 

86 In Tokyo

포르쉐에 각별한 애착을 가진 도시인 도쿄의 포르쉐 문화

 

104 Brand Story

포르쉐가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가 된 이유

 

112 Porsche Design Studio

밀라노 포르쉐 디자인 매장이 보여주는 21세기 브랜드의 이미지 활용방안과 매장이라는 공간의 미래

 

116 Insiders

포르쉐 내부의 주요 인사가 직접 정의한 포르쉐의 철학과 사람, 디자인

 

120 Talks

자동차 전문 저널리스트에게 들어본 포르쉐의 성공 비결

 

124 Interview

포르쉐 마케팅 총괄 데틀레프 폰 플라텐, 포르쉐코리아 대표 마이클 키르쉬

 

128 Figures

포르쉐의 역사와 영광, 지금의 성공 규모를 보여주는 수치 자료

 

131 References

 

133 Outro




■ 이슈 소개

 

예순아홉 번째 매거진 <B>입니다.

 

당연한 듯 반복되는 일에 물음을 갖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제겐 잡지가 그렇지요잡지란 무엇이고잡지를 만드는 일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종종 생각하다 찾은 답은 이렇습니다잡지란 좋은 물건과 공간더 나아가서는 좋은 삶과 좋은 생각이 지니는 가치를 알리는 것이며잡지를 만드는 사람은 끊임없이 좋은 것을 구별해내고 그것이 왜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요물론 좋은 것에 대한 정의는 시대와 사회적 배경개인의 관점이나 기호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입니다브랜드로 예를 들면 장인정신에 입각해 만듦새가 완벽한 물건을 내는 제조업체일 수도 있고시대적 감각으로 무장해 혁신적 경험을 제안하는 기업일 수도 있습니다반면 설명이 무색하게 그냥 좋은 것들도 존재하죠멋진 사람과 호감이 가는 사람빈틈 없이 완벽한 공간과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갖고 싶은 물건과 자주 쓰게 되는 물건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2002년 음악 레이블로 시작해 패션과 카페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브랜드 메종 키츠네는 후자에 가깝습니다그들의 대표 아이템 중 하나인 ‘파리지앵’ 로고의 스마트폰 케이스나 여우 로고 패치가 붙은 티셔츠에는 무의식중에 입꼬리를 올라가게 하는 매력이 있죠특히 브랜드명의 일부인 ‘키츠네 kitsune’에서 비롯한 여우 캐릭터는 이 브랜드의 태도를 상당 부분 함축하고 있습니다프랑스나 미국 국기의 패턴을 입은 여우 전신이나 의인화한 여우의 얼굴회화나 캐리커처의 형식으로 표현한 여우가 니트가방열쇠고리그리고 카페 키츠네에서 판매하는 쿠키나 광고 비주얼로 재탄생합니다캐릭터를 변주하는 방식에 특별한 개연성도 없죠상품의 성격이나 협업하는 대상에 따라 자유롭고 유연하게 움직일 뿐입니다‘왜’라는 질문에 “그냥 재미있잖아”라고 말할 것만 같은 초연함이 브랜드 정서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요.

 

하지만 이러한 ‘키츠네 정서’의 밑바탕에는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각 영역에 대한 전문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2005년 메종 키츠네가 파리에서 첫 레디투웨어 콜렉션을 선보일 당시 그들이 구현한 스타일은 옷의 기본에 충실한 모습이었습니다카디건이나 옥스포드 셔츠데님 팬츠스니커즈 등이 개별 아이템으로 꽤 높은 완성도를 갖추었고소재와 피트에 대한 고유의 해석도 있었죠.

기성제품과 별다를 것 없는 박스 실루엣의 티셔츠나 치노 팬츠에 여우 로고와 파리지앵 문구를 올린 것이 전부였다면 아마 이 브랜드의 위상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겁니다어쩌면 키츠네의 음악을 사랑하는 소수 팬을 위한 굿즈에 그쳤을지도 모르죠신인 뮤지션을 발굴하고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드는 음악 레이블로 시작했음에도 패션 브랜드를 음악의 하위 개념으로 두지 않은 것은 꽤나 인상적인 부분입니다현재 파리와 도쿄에 각각 한 개의 매장을 두고 있는 ‘카페 키츠네’ 역시 패션 브랜드의 프로모션 차원이 아닌독립적 카페 브랜드로의 꼴을 갖추는데 집중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카페나 패션이 음악에 종속되지 않고음악이나 카페가 패션에 종속되지 않죠메종 키츠네의 영혼과도 같은 재치와 유머그리고 유연한 태도가 ‘한철 유행가’처럼 흘러가지 않았던 건 본질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 대목에서 건축가 출신의 공동창립자 쿠로키 마사야가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뱉은 말은 꽤 새겨 볼만 합니다“키츠네의 음악 레이블이 힙합 아티스트와 계약한다고 해서 메종 키츠네 브랜드가 힙합 스타일의 옷을 디자인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메종 키츠네의 재기 넘치는 활약을 조금 더 오랜 시간 관전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좋은 기분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여우의 변신이 그랬던 것처럼요.

 

편집장 박은성

 

 

■ 목차

 

02 Intro

 

09 Editors Letter

 

12 Perspectives

네 명의 인물에게 들어본 메종 키츠네

 

16 Exploration

메종 키츠네의 파리와 도쿄 부티크

 

20 Opinion

메종 키츠네 공동 창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길다스 로엑

 

24 Label

브랜드의 시작점이자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는 음악 레이블 키츠네

 

32 Companions

가까이에서 브랜드의 시작을 바라본 이들이 증언하는 메종 키츠네

 

38 Workshops

브랜드의 비주얼을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온 아티스트들

 

46 Opinion

<레 쟁록큅티블편집장 알리스 파이퍼

 

50 Modern Parisien

메종 키츠네의 도시 파리에서 일과 스타일의 가치를 발견하는 동시대의 파리지앵들

 

60 Club Kitsuné

키츠네 팬덤의 자연스럽고 유연한 라이프스타일

 

70 Opinion

메종 키츠네 공동 창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쿠로키 마사야

 

76 Campaign

브랜드의 강박 없는 유연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캠페인 이미지

 

80 Looks

클래식함과 기발함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메종 키츠네식 패션 룩

 

88 Collaborations

네트워크를 통해 존재 영역을 확장하는 키츠네 컬래버레이션

 

96 Kitsuné Vibes

일상의 소통과 네트워킹을 만드는 카페 키츠네의 풍경

 

104 Brand Story

음악으로 시작해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장한 메종 키츠네의 행보

 

110 Keywords

키츠네의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세부 항목들

 

112 About Preppy

시대상과 분위기로 읽어보는 프레피 스타일

 

116 Atelier

메종 키츠네 파리와 도쿄 오피스

 

122 People

메종 키츠네 오피스와 카페 스태프들의 스타일과 감각

 

128 Founders Favorite

브랜드의 감성적 기반이 된 두 창립자의 기호와 취향

 

130 Figures

메종 키츠네의 사업 전략과 성과를 알 수 있는 수치들

 

132 References

 

133 Outro



 

과월호  Past Magazine











이슈 소개

 

예순여덟 번째 매거진 <B>입니다.

브랜드에 관한 잡지를 만들다보니 가장 자주 쓰고, 즐겨쓰는 브랜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때마다 번번이 대답을 피하곤 했는데요. 특정 브랜드에 애착을 갖기보다 새로운 걸 발견하고 경험해보려는 성향이 좀 더 강해서입니다. 하지만 이번 호를 만들며 앞으로는 같은 질문에 ‘인스타그램’이라 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근길이나 하루를 마감하기 전에 인스타그램에 접속하는 일이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자리잡은데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확인하지 못한 날엔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정도니까요. 비단 저만 겪고 있는 증상은 아닐 겁니다. 어느 통계에 따르면 25세 이하의 유저는 하루 평균 32분을, 25세 이상 유저의 경우 25분을 인스타그램의 사진과 영상을 보는데 소비한다고 하는데요. 얼마 전엔 인스타그램의 창립자이자 CEO인 케빈 시스트롬이 인스타그램의 월 활동 계정 수가 10억을 돌파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매거진 <B>가 기업의 규모와 가파른 성장세, 그 파급력만을 두고 인스타그램을 주목한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급격한 변화의 역사에서 이들이 생존한 방식과 그 방식이 어떤 현상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질 필요가 있었죠. 사업 초기 인스타그램의 전부나 다름 없던 정방형 프레임과 필터 기능은 그 해답의 열쇠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인스타그램의 상징처럼 자리잡은 정사각 프레임은 레트로적 감성의 결과물로 볼 수도 있지만, 원본의 약점을 만회할 수 있는 ‘재편집’의 의미를 지니기도 합니다. 이미지의 특정 영역을 걷어냄으로써 손쉽게 아름다운 부분만을 취할 수 있으니까요. 20여가지나 되는 사진 필터도, 비교적 최근에 추가한 부메랑이나 스토리 기능 역시 특별할 것 없는 장면이나 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경험의 공유를 통해 관계를 강화한다’는 인스타그램의 기업 미션보다 더 강력한 브랜드 가치는 수정과 보완, 개선을 일종의 놀이처럼 만든 것이라 평할 만 하죠.

 

‘인플루언서’라는 새로운 디지털 계급의 등장 역시 언급한 재편집의 힘을 통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스타그램이라는 서비스가 대중화하기 이전이 전문가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아마추어리즘’의 시대입니다. 사진이나 디자인, 기타 여러 창작의 영역을 아울러 전문 기술을 갖추고 있지 않아도 인스타그램이라는 프레임을 통과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소규모의 독립 잡지가 끊임없이 발간되고, 아틀리에 규모의 패션 브랜드가 메인스트림 브랜드만큼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건 인스타그램이 잠재된 재능을 갖춘 아마추어의 플랫폼으로 제 기능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비욘세나 카니예 웨스트 같이 검증받은 유명인들이 아마추어 크리에이터의 계정을 팔로하고 그들의 창작물을 지원하는 일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으며, 거대 브랜드나 기업이 업계의 권위자나 전문가 대신 아마추어 크리에이터의 힘을 빌리는 일도 생겨납니다. 그야말로 문화권력의 역전 현상인 셈이죠.

 

인스타그램이 이러한 권력과 도구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영원히 각광받을 수는 없습니다. 마이스페이스와 여러 블로그 서비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그랬듯 기술과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시대를 대변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새롭게 등장하는 것은 불가항력에 가깝죠. 하지만 그런 숙명적 한계와는 별개로 인스타그램의 브랜드 가치에 무게를 싣고 싶은 건, 창의력이란 불완전함을 개선해가는 과정에서 나오며, ‘애초부터 완벽한 것은 없다’라고 본 지점 때문입니다. 그리고 쉽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그와 같은 개선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케빈 시스트롬 역시 어느 언론과 나눈 인터뷰에서 “인스타그램의 역사는 쓰지 않는 기능을 제거해 온 역사”라며 “계속 제품을 진화시키고 있고, 진화라는 것은 완벽하지 않은 것을 새로운 무언가로 변화시키는 일”이라 말한 바 있죠. ‘완벽하지 않음’을 아직 시작할 기회가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봐도 좋은 이유입니다.

 

편집장 박은성

 

 

목차

 

02 Intro

 

09 Editors Letter

 

12 Hashtags

언론이 바라본 해시태그의 문화적 영향력

 

20 New Generation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인스타그램을 소비하는 방식

 

40 Opinion

인스타그램 패션 파트너십 총괄 에바 첸

 

44 People

자신만의 뚜렷한 콘텐츠로 글로벌한 영향력을 얻은 인플루언서의 라이프스타일 신

 

56 Creations

장르의 전형성 탈피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인스타그램 콘텐츠

 

64 Opinion

인스타그럄 디자인 총괄 이언 스폴터

 

68 Products

사용자 중심의 시각으로 커뮤니티 피드백을 발 빠르게 수용해온 인스타그램의 다양한 솔루션

 

80 Invitation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한 IGTV 론칭 이벤트

 

90 Opinion

‘디진’ 편집장 마커스 페어스

 

94 Groundbreakers

홍보와 마케팅의 기존 공식을 탈피해 인스타그램을 개성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활용한 사례들

 

108 Instagrammables

공간의 본질과 미학을 사유하게 만드 인스타그램의 영향력

 

122 Brand Story

단시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한 인스타그램의 전략과 성공

 

130 Headlines

최근 1년간 인스타그램의 궤적과 앞으로의 행방을 보여주는 주요 매체 헤드라인

 

132 Dictionary

동시대를 이해하는 단서가 될 인스타그램 시대의 해시태그

 

136 Pioneers

강력한 플랫폼을 통해 사회 문화적 변화를 이끈 소셜 미디어 창립자 7인의 프로파일

 

140 Culture

커뮤니티 가치를 보호하고 이끌어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내 부서

 

146 Interview

인스타그램 공동 창립자 겸 최고기술경영자 마이크 크리거, 최고운영책임자 마르니 리바인

 

152 Figures

인스타그램의 가파른 성장세와 영향력을 보여주는 숫자들

 

155 References

 

157 Outro




 

과월호  Past Magazine











예순일곱 번째 매거진 <B>입니다.

 

작년 이맘때 포틀랜드 이슈를 내고 봄을 지나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또 다른 도시, 교토를 소개하게 됐습니다. 서울 이슈 이후 두 번째로 다루는 아시아권 도시이자, 처음 선정한 일본의 도시가 된 셈인데요. 매거진 <B>가 스노우피크부터 포터를 거쳐 츠타야, 발뮤다 등 꾸준히 일본 브랜드를 다뤄온 것을 생각하면 한번은 치러야 할 통과의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랜드 취재나 개인적 여행으로 오가며 일본이라는 나라를 늘 익숙히 알고 있다 여겼지만, 찬찬히 바라본 교토는 풀기 어려운 숙제와 같았습니다. 도시를 기반으로 각자의 일을 하며 생활을 꾸리는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여러 겹의 장막을 걷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까요. 화려한 포장지를 벗겨내니 그 포장지가 전부인 도시가 있는가 하면, 그리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밀도가 높은 도시가 있는데 교토는 후자에 해당합니다. 일본의 현 수도인 도쿄와 비교해도 그 차이는 확실합니다. 도쿄가 눈과 마음을 현혹하는 것들로 발산하는 도시라면, 교토는 차분하게 수렴하는 도시에 가깝죠.

 

여기서 수렴은 나 스스로에게 집중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끊임없는 외부 자극에 의해 작동하는 현대 도시의 삶에서 나에게 집중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죠. 사소한 감정이나 시간 단위의 경험을 털어놓으라 종용하는, 표현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시대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교토는, 교토의 사람들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습니다.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관광객과 해외의 거대 자본 앞에서도 자신을 지키는 법을 잘 알고 있죠. 그래서 교토를 찾는 외지인들은 철저히 관찰자의 시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요즘 여행 트렌드를 대변하는 ‘현지인처럼’과 같은 수식이 무색해질 정도로요. 매거진 <B> 역시 이번 이슈를 만들며 관찰자의 거리를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도시에 도착해 숙소에서 아침을 맞고, 산책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다가 시장에 들르거나 현지의 식재료로 요리하는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여행자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른 것도 그 이유에서입니다.

 

교토의 전통을 지키는 젊은 세대도 만났습니다. 200~300년 역사를 가진 공방이나 가게를 흔하게 볼 수 있는 교토에서 가업을 잇는 것이 그리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지만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여 합리적인 방식으로 전통과 결합하는 교토의 크리에이터들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충분했죠. 저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통’이라는 것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교토가 지킨 것은 유적지나 오래된 건물 같은 전통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움과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눈, 그리고 이를 구현한 기술이기도 하다는 것을요. 천년동안 한 나라의 수도로 기능한 도시에 귀하고 값진 것이 몰려들고, 고급 문화가 발전한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하지만 이런 자산이 박물관 수장고가 아닌, 하나의 생활 문화로 자리해 그 맥을 이어간다는 것은 드문 일일테죠. 많은 일본의 도시가 그렇지만, 저는 교토에서 특히 생활 문화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느낍니다. 일종의 ‘교토 스탠다드’가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사찰에 잘 보존된 정원의 아름다움과 작은 집 테라스를 장식한 화분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 크게 다르지 않고, 시장 안의 비좁은 가게에서 받는 세심한 대접과 고급 가이세키에서 누리는 융숭한 서비스 사이에 격차가 없다는 부분이 그렇습니다. 도시를 구성하는 모든 면에서 합의가 잘 이루어진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죠.

 

합의는 브랜드의 성질을 규정할 때 매우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디자이너와 마케터, 경영진과 사원이 그리는 기업의 방향과 목표가 일치할 때 비로소 하나의 질서가 만들어지고, 그 질서가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교토만큼 브랜드의 꼴을 닮은 도시가 또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부디 이 도시만의 견고한 만듦새와 속도, 고집을 현명한 방식으로 유지하길 바라며, 머지 않은 시간에 다시 이 곳을 찾게 될 땐 느긋한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편집장 박은성

 

 

목차

 

02 Intro

 

09 Editors Letter

 

12 Impression

풍경을 통해 바라 본 교토

 

18 Observers

교토를 경험한 사람들이 말하는 교토의 아름다움

 

22 Collected

교토를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

 

26 Overview

교토를 이해하기 위한 사회 문화적 키워드와 도시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수치들

 

36 At Dawn

스이란 럭셔리 컬렉션 호텔에서 맞이한 아침

 

42 Exploration

교토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구역별 산책 코스

 

48 Coffee Culture

도시의 이상적 라이프스타일을 공간에 담아낸 교토의 카페들

 

54 Dining Scene

푸드·외식업계 전문가를 통해 바라 본 교토의 식문화

 

66 Local Tours

로컬 투어를 통해 경험한 전통 시장과 선술집

 

72 Objects

교토 취재 중에 발견한 교토를 닮은 물건들

 

74 Community

전통을 잇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통해 본 교토의 전통과 창의

 

88 New Wave

새로운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개인과 창작 집단의 움직임을 통해 본 잠재력

 

96 Art Platform

교토의 개방성과 예술에 대한 존중을 드러내는 이벤트 교토그라피

 

100 At Dusk

밤의 정원을 품은 포시즌스 호텔 교토

 

104 Understated

교토에서 마주한 색

 

112 Settlers

타 지역 출신으로 교토에 정착한 사람들이 말하는 교토의 삶

 

116 Harmonized

자신의 정체성을 교토 특유의 정서와 융합하는 글로벌 브랜드들

 

122 Where to Go

영역별로 정리한 교토의 가볼 만한 장소들

 

128 References

확고한 시선이 담긴 교토 관련 서적들

 

133 Outro





 

과월호  Past Magazine











예순여섯 번째 매거진 <B>입니다.

 

얼마 전 사무실을 이사해 새 사무실에서 두 번째 마감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 둥지를 튼 건물이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사무 공간과 함께 카페나 갤러리, 꽃집 등 상공간과 주거 공간이 복합 단지처럼 한데 어우러져 있어서인데요. 덕분에 출근할 때나 외부에서 업무를 보고 다시 회사로 돌아올 때 동네 속의 또 다른 동네로 들어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단지로 들어서는 입구도 여러 방향으로 나 있어서 어느 쪽으로 들어오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느낌을 받기도 하고요. 아마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고, 여름에서 가을로 들어설 때도 또 다른 변화를 직접 경험하게 될 겁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무나 풀의 색, 빛의 농도도 바뀌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옷차림이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공기 또한 차이를 보이니까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보고, SNS나 메신저를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세상에서 ‘사치’라는 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 시간을 흘려보내며 내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느긋하게 관찰할 수 있는 일, 그 속에서 작은 변화를 감지하고 그 변화를 곱씹어볼 수 있는 것. 쉼과 휴식은 이런 일을 가능케 합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하는 일본의 럭셔리 리조트 시리즈 호시노야도 독자적 방식으로 쉼과 휴식을 제안하는 브랜드라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호텔 체인을 비롯해 여러 숙박업체가 각자의 콘셉트를 지니고 휴식 공간을 제공하지만, 호시노야가 이 분야에서 유독 남다른 것은 ‘재창조’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기존의 호스피털리티 문법을 새롭게 편집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매거진 <B>에서 다룬 브랜드를 되돌아보면 세상에 없는 물건과 경험을 만들겠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각자의 산업군에서 지켜오던 전통 방식이나 시스템을 누구보다 정교하게 분석, 파악한 후 브랜드가 구현하려는 방향에 맞는 것을 취사선택하는 편에 가깝죠. 호시노야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 ‘취하고 버리는 것’에 능합니다. 앞서 언급한 재창조라는 키워드 역시 장점은 취하고 결점은 버리는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일본 전통의 숙박 형태인 료칸을 표방하지만, 인테리어나 서비스 측면에서 서양식 호텔의 매력을 차용하기도 하고, 반대로 선택하지 않으면서 호시노야만의 룰을 만들기도 합니다. TV와 시계, 블루투스 오디오 같은 물건을 방 안에 비치하지 않는 것이나, 식사를 포함하지 않은 숙박 옵션을 만들어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힌 것들이 그렇죠. 또 하나 재창조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흥미로운 부분은 건축에 다소 불리하다고 여길 수 있는 토지의 특성까지 과감하게 포용하는 자세를 취한다는 점입니다. 호시노야의 첫 번째 지점인 가루이자와와 두 번째 지점인 교토가 같은 시리즈인데도 외형적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 이 때문입니다. 동시에 ‘리조트 개발’이라는 공격적 단어로 호시노야의 개념을 설명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호시노야가 생각하는 휴식의 의미도 이번 호에서 새겨볼 만한 내용입니다. 가루이자와나 교토에서도 그렇지만 2016년 도쿄 한복판에 세운 ‘타워형 료칸’인 호시노야 도쿄에서 그들이 가진 휴식의 관점은 더욱 명료하게 구현되는데요. 오피스가의 높은 빌딩들 사이에 자리한 17층 건물의 규모로만 보면 여느 호텔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호시노야 도쿄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예측은 빗나갑니다. 전통 료칸 방식을 따라 신발을 벗어야만 호텔 내부에 들어갈 수 있으며, 이 신발을 벗는 행위는 전통 체험이라는 퍼포먼스적 의미보다 ‘세상과 일시적 단절’이라는 의미에서 큰 힘을 발휘합니다. 또 여기에는 호시노야 도쿄의 서비스를 온전히 경험하려는 이만 받아들인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로비라운지나 레스토랑 등 호텔의 부대시설만 이용하는 단순 방문객이 출입할 수 없도록 해 완벽한 프라이빗을 지키는 것인데요. 이와 같이 완벽한 단절 안에서 교류와 소통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하나의 마을을 구현합니다. 단절로부터 시작된 교류는 호시노야 전 지점에서 보이는 공통적 속성이자, 분리되면서도 연결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서비스 콘텐츠로 연결한 영리한 방식입니다. 공간의 재구성인 동시에 결과적으로는 시간의 재구성이라고도 할 수 있죠. 궁극의 순간에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말을 내뱉는 것처럼 럭셔리한 경험이라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시간을 붙들어두는 일이라는 걸 호시노야가 보여주는 셈입니다.

 

편집장 박은성

 

 

목차

 

02 Intro

 

09 Editors Letter

 

12 Moments

호시노야 각 지점을 방문한 유저들이 전해온 인상적인 순간들

 

16 Opinion

건축가 쿠마 켄고

 

20 Locations

호시노야 6개 지점이 진출한 각 지역 고유의 매력과 특징

 

24 Inner Space

초기 지점의 특징을 통해 본 호시노야 브랜드의 방향성

 

36 Manual

호시노야가 일본 료칸의 매력을 계승하고 개선한 방식

 

38 Activities

지역의 특색과 절기의 아름다움 활용하는 호시노야만의 체험 프로그램

 

40 Opinion

<스키프트>매거진 호스피털리티 에디터 디애나 팅

 

44 Global Scenes

전문가가 말하는 세계 주요 도시 럭셔리 숙박의 트렌드와 주목할 만한 브랜드

 

50 Experiences

호시노야처럼 뚜렷한 철학으로 동시대성을 찾는 장소들

 

60 Opinion

건축가 아즈마 리에, 조경 디자이너 하세가와 히로키

 

64 Remaking Ryokan

호시노야 도쿄가 일본 료칸을 현대의 새로운 장르로 재탄생시킨 방식

 

72 Omotenashi

료칸의 전통에서 출발해 독자적 접객 철학 만들어가는 호시노야의 서비스 정신

 

76 Redefining Tradition

일본의 전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만들어가는 사람들

 

86 Signature Dining

호시노야 3개 지점 헤드 셰프가 말하는 호시노야의 음식 철학

 

90 Regional Essence

일본 각지의 정수를 모은 호시노야 도쿄의 어매니티 셀렉션

 

94 Gentle Silence

 

102 Brand Story

온천 호텔로 시작해 일본의 리조트 시장을 견인해 온 호시노 리조트의 역사

 

108 Karuizawa

호시노 리조트의 출발점이 된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의 특징과 매력

 

110 Brand Collection

명확한 상호 차별화로 전개하는 호시노 리조트 산하 브랜드 일람

 

118 Untold Stories

료칸 문화에서 안식과 영감을 얻었던 일본의 명사들

 

120 Interview

호시노 리조트 CEO 호시노 요시하루

 

124 Figures

료칸 및 럭셔리 여행 시장의 현황을 보여주는 수치와 지표들

 

127 References

 

129 Outro





 

과월호  Past Magazine











■ 이슈 소개


예순 다섯 번째 매거진 <B> 입니다.


얼마전 매거진 <B>에게 형제 같은 존재가 생겼습니다. 매거진 <F>라는 이름을 달고 지난 3월 23일 세상에 태어난 음식 잡지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매거진 <B>와 한국의 대표 푸드테크 서비스 ‘배달의민족’이 함께 만들었다는 점에서, 또 다큐멘터리 매거진이라는 기존의 형식을 유지하며 식재료라는 주제로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 저희에겐 의미있는 프로젝트이자 컨텐츠적인 실험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매거진 <B>는 인텔리젠시아, 산펠레그리노, 미쉐린가이드 등을 다루며 음식관련 브랜드, 그리고 식문화 비즈니스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는데요. 매거진 <F>를 통해 식문화를 구성하는 가장 본질적인 요소인 식재료를 파고듦과 동시에, 그 식재료를 다루고 소비하는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써 식재료의 힘에 감탄한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도 그 힘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것의 변하지 않는 속성, 즉 태생적 단순함으로부터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식재료란 세계의 공통적 언어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이고, 아울러 무한한 가능성으로 풍부한 변주를 만들어내니까요.


제가 이번 호를 열면서 식재료와 음식 이야기를 꺼낸 데는 매거진 <F>의 탄생을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려는 것 외에 또 다른 목적이 있습니다. 바로 이번 호의 주제인 향수가 식재료의 가능성으로부터 파생하는 음식의 이야기와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향수는 장미나 바닐라, 오렌지꽃 등의 자연의 수많은 원료로부터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고 이를 조합해 알콜 등과 섞은 홍합물인데요. 와인이 포도라는 재료 하나만으로 수만가지 이상의 풍미를 만들어내듯, 향수 역시 기본이 되는 원료와 그 원료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원료의 조합을 통해 무한한 향의 스펙트럼을 창조해냅니다. 쉽게 말하면 장미 하나로도 로맨틱 코미디나 드라마, 느와르의 장르를 오갈 수 있는 셈이죠. 르 라보는 그런 향의 본질 자체에 집중하며 향의 원료와 제조과정 등 기존 향수의 화려한 콘셉트에 가려져온 뒷 이야기를 전면으로 드러낸 브랜드입니다. 글로벌 뷰티 기업의 향수사업부에서 일하던 두 창립자 파브리스 페노와 에디 로시가 철저히 상업적인 접근으로 일관하던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향수 개발에 염증을 느끼면서 뉴욕 놀리타에서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든 게 그들의 시작이었죠. 이들의 행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기성 제품의 반작용에서 비롯한 브랜드의 철학을 매우 정제된 방식으로 구현했다는 것입니다. ‘로즈31’, ’베르가못22’처럼 향수의 원료와 향수를 구성하는 원료의 가짓수를 조합한 작명법, 시약병처럼 간결한 라벨과 패키지 디자인, 캠페인 이미지나 거창한 슬로건 하나 없이 제품과 낡은 가구만으로 꾸민 매장까지, 캐릭터를 심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드러냅니다.


이 대목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져볼만 합니다. 르 라보라는 브랜드의 비전은 단순히 미니멀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으니까요. 그들이 ‘사족’으로 느낄 수 있는 표현을 절제하는 것은 향 외에 다른 요소로 인해 특정한 감성이나 정서를 떠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애써 달콤한 구애의 말로 현혹하지 않는 것이죠. 르 라보 매장에 들어서서 테이블 위에 올려진 향수의 뚜껑을 열기 전까지 담담히 통제되던 감각들은 시향을 통해 오직 향으로만 소통하는 순간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리고 주문 즉시 판매할 향수를 현장에서 제조하고, 제품의 라벨에 고객이 원하는 메시지를 적도록 하죠. 이런 측면에서 그들은 순수한 경험론자에 가깝습니다. 언어나 한 장의 이미지로 규정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은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 셈이니까요.


경험은 이성이나 논리처럼 완벽하지 않습니다. 결함이 있고 때론 모순적이며, 불완전할 수 밖에 없죠. 르 라보의 창립자들은 이 불완전함을 창의적으로 구현하거나 불완전함 그대로 방치하는 것을 즐긴하고 말합니다. 르 라보의 향이 다른 향수 브랜드의 향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도 여기에 있고요. 창립자 파브리스 페노는 르 라보의 향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언제 진도를 멈춰야 할 지를 아는 그런 천재적인 감각을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완벽해져서 오히려 지루해져버린다.”고 설명합니다. 그의 말처럼 균형은 무언가를 계속 더하면서 완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상태의 직전, 그 아슬아슬함에서 멈추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스스로에게 잘 어울리는 향수를 찾는 과정에서 여러 향수 브랜드의 서로 다른 균형감을 비교해보는 것도 향의 세계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편집장 박은성


■ 목차


02 Intro


09 Editor’s Letter


12 Trays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한 르 라보 유저들의 컬렉션


14 Opinion
르 라보의 공동 창업자 에디 로시


18 Grasse
브랜드 영감의 원천이 된 도시 그라스


22 Intention
예민한 감각과 스토리를 응축한 르 라보의 제품


32 Impression
핵심이 되는 향료와 가짓수를 조합한 제품명을 통해 본 각 향의 특징


36 Experience
매장에서 경험하는 향수 블렌딩과 퍼스널 라벨링


40 Connected
르 라보와의 인연과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


52 Spotted
르 라보의 제품을 발견할 수 있는 감각적 상공간들


60 Collaborated
다양한 영역의 파트너와 함께한 컬레버레이션 제품


66 Opinion
르 라보의 공동 창업자 파브리스 페노


72 Labs
정체성과 철학을 담은 르 라보 공간의 미학


84 Souls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브랜드 철학과 신념을 공유하는 이들


96 Imperfection


104 Brand Story
니치 향수 브랜드 사이에서 독자적 입지를 굳힌 르라보의 시작과 성장


110 Fragrance Report
향수 제조의 뒷 이야기와 조향사들


112 Overheard
르 라보 매장에서 엿들은 고객들의 이야기


114 To Williamsburg, New York
뉴욕 윌리엄스버그에 위치한 르 라보 본사와 카페


118 Interview
글로벌 제너럴 메니저 데버러 로이어


120 Favorites
브랜드의 문화를 형성하는 르 라보 직원의 관심사


122 Figure
르 라보 사업 전략을 알 수 있는 수치들


123 References


125 Outro





 

과월호  Past Magazine










이슈 소개


예순 네 번째 매거진 <B>입니다.


매달 브랜드에 대한 잡지 한 권을 펴내는 사람으로써 늘 곱씹는 것이 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나게 될 인물이 흥미로운가, 인물 각각의 다채로운 관점을 드러낼 수 있는가, 그리고 이 모두를 가능케  할 인물 섭외가 원활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인데요. 브랜드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국 브랜드의 역사나 제품의 스펙을 읊는 것이 아닌 그것을 만들고, 취급하고, 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제작 초반, 섭외의 원활한 정도를 통해 컨텐츠의 질을 가늠해보곤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섭외의 원활함이란 취재 기자들의 섭외력이나 갑작스레 따라주는 운같은 걸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느냐에 가깝죠. 60권 넘게 매거진 <B>를 만들어오면서 느낀 것은, 좋은 브랜드엔 그 브랜드를 둘러싼 좋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그 이야기가 다시 브랜드를 풍요롭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애착을 가지는 브랜드와 나, 둘 사이에 쌓아온 내밀한 역사를 스스럼없이 꺼내보이고자 하는 이들은 무엇보다 훌륭한 브랜드의 자산일 겁니다.


‘조니 뎁의 뿔테 안경’, 아이코닉한 렘토쉬 모델로 잘 알려진 모스콧 역시 ‘사람’이란 자산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창립자 하이만 모스콧의 뒤를 이어 5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모스콧은 검안의 출신 4대 하비 모스콧이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는데요. 지난 가을 취재팀이 그들의 본사가 자리한 뉴욕을 찾았을 때 만난 인터뷰이들 대부분은 모스콧 일가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디자이너, 전설적 뮤지션 밥 딜런과 친분이 있는 음악 작가, 유력 남성지에서 20년 넘게 일해온 패션 에디터, 헐리우드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영화배우까지. 뉴요커이자 모스콧의 충성스런 고객인 이들은 한결같이 모스콧의 역사를 뉴욕의 역사와 동일시합니다. 그리고 ‘모스콧 패밀리’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그들의 제품을 신뢰한다고 말하는데요. 뉴욕의 오차드 거리를 지나다 특별한 목적 없이 매장에 들러도 격의 없이 진실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이라면 스스로와 닮아 있는 안경을 만들 거라 확신합니다. 이렇듯 많은 이들이 털어놓는 모스콧에 대한 증언에서 사람에 대한 존경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모스콧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증명하는 흥미로운 자료들도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뉴욕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한 시사주간지 <뉴요커> 1946 9 21일주차 표지인데요.


이 표지엔 창립자의 아들 솔 모스콧이 검안의로 활동하던 안경원 시절의 모스콧 매장과 당시 거리의 풍경이 초록빛의 일러스트로 담겨 있습니다. 현재는 안경의 프레임을 디자인하고, 전통을 재해석해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며, 전세계 50여개 도시에 진출해있지만 뉴욕을 기반으로 지역의 사람들을 상대하고, 하던 일을 꾸준히 계속해가는 것에는 변함이 없죠. 브랜드의 운영과 활동에 각자의 방식대로 참여하는 3대가 한 자리에 모여 나눈 인터뷰 역시 모스콧이 아니었다면 쉽게 만들 수 없었을 겁니다. 이 자리에서 그들은 ‘운명’과 ‘숙명’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사용하는데요. 근사한 수식과 표현이 넘치는 시대에 수동적이며 구태의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의 한복판에서 단 한번도 생명력을 잃지 않았고,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은 모스콧이야말로 가장 현대적인 브랜드일지 모르겠습니다.


매거진 <B>는 시간을 버텨낸 브랜드와의 만남을 조금 더 뜻깊은 방법으로 기록하고자 모스콧과 특별한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안경과 선글라스,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할 이 제품은 시나몬 컬러의 렘토쉬 모델로, 안경 다리에 매거진 <B>와 모스콧의 로고를 새겼습니다. 제품을 담을 패키지와 에코백에 담은 프린트는 모스콧 특유의 재치를 오마주한 것이기도 합니다. 협업의 결과물이 그들의 역사를 닮아 오래도록 곁에 둘 수 있는 물건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장 박은성



  목차


02 Intro


09 Editor’s Letter


12 The Moscoteer


재치 있는 감성으로 풀어낸 브랜드 소식지


14 Opinion


CED 인터내셔널 대표 유상호


18 Moscot in Cities


빈티지풍 인테리어에 위트를 담는 모스콧 글로벌 매장


24 Keywords


모스콧을 표현하는 4개의 키워드


28 Guidelines


프레임 사이즈 표기법과 관련 용어들


30 Lineup


아이웨어 시장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성과를 일궈낸 모스콧의 제품 라인업


36 Loyal Customers


브랜드와 깊은 감정적 연대를 나누는 로열 커스터머들


44 Opinion


패션 디자이너 토드 스나이더


48. Design Heritage


정통성 안에 동시대를 반영한 모스콧의 아이웨어 디자인


52 Collaborations


모스콧의 오리지널리티를 공유하는 다양한 개성의 파트너들


60 Personal Classics


자신만의 클래식을 통해 개성 강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사람들


72 Opinion


패션 디렉터 매들린 윅스


76 Moscot in New York


가족과 이웃, 지역과 해외시장의 가교 역할을 하는 뉴욕의 상징적 매장들


88 Moscot Music


예술의 순수함을 지지하는 모스콧의 창조적 에너지


92 The Language


모스콧의 디자인 언어


100 Brand Story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모스콧의 성장 스토리


106 Gallery


사진을 통해 본 모스콧 연대기


110 Campaign


명료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녹아 있는 캠페인


112 Icons of Moscot


모스콧을 사랑한 셀레브리티


114 Optics


아이웨어 브랜드의 신뢰를 높인 렌즈 브랜드


116 Interview


3대가 함께한 모스콧 일가 인터뷰


120 Figures


모스콧 문화와 아이웨어 업계 현황을 알 수 있는 수치들


123 References


125 Outro






 

과월호  Past Magazine











이슈 소개


예순세 번째, 그리고 2018 새해의 매거진 <B>입니다.


 과월호 개념 없이 지난 이슈를 새로 발간한 이슈와 함께 유통하기에, 매거진 <B> 신년호라는 것은 여느 월간지만큼 의미를 지니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매해 1월과 7, 겨울과 여름의 한복판에 이슈를 합한 합본호를 내고 있으니 신년호는 매거진 <B> 특대호 같은 역할이라고 있겠죠. 합본호 준비 시기가 되면 매거진 <B> 편집부는 기나긴 마감과의 사투를 앞두고 다시금 새롭게 각오를 다지곤 합니다. 보통 때보다 훨씬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검토하고, 많은 취재원과 인터뷰이를 만나며, 전하고자 하는 브랜드에 더욱 깊숙이 몰두하죠. 결과적으로는 시간을 권의 책을 만드는 투자하게 됩니다. 그만큼 합본호로 다룰 브랜드는 한층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 선정됩니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전달할 만한 내러티브와 사회・문화적인 확장성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특대호’에서 소개할 이케아는 조건을 거의 대부분 충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브랜드의 규모만 놓고 보면 퍼니싱이라는 영역에서 하나의 제국을 이루었고, 쓰임 측면에서는 거주 지역과 성별・연령・소득수준・직업 등의 구분이 무색할 정도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죠. 브랜드와 사용자 간의 심리적 거리로 치면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스타벅스나 인터넷 검색 서비스 구글 등과 비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이케아라는 브랜드를 자연스레 삶의 일부로 여기고 있다는 반증인 것이죠. 그렇다면 스웨덴 남부의 작은 도시 엘름훌트에서 가구 도매업으로 시작한 브랜드는 어떻게 지금과 같은 반열에 오르게 되었을까요? 많은 사람이 이유 하나로 이케아가 지닌 민주성을 꼽습니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민주주의의 속성처럼 브랜드가 스스로의 힘보다는, 브랜드 제품과 문화를 사용하고 누리는 개인의 힘과 가능성을 믿는다는 것이죠. 대규모의 창고형 매장, 플랫팩 방식의 포장, 끊임없이 개선을 거듭하는 조립 방식, 실용성을 앞세운 디자인 이케아를 상징하는 여러 요소는 사용자를 최우선으로 두는 그들의 철학에서 비롯한 결과입니다.


그들은 아름다운 디자인을 누리것이 소수의 특권으로 그쳐서는 된다고 말합니다. 대량생산과 적절한 가격이라는 공고한 시스템을 통해 누구든지 ‘내 곁의 제품’으로 누릴 있어야 한다고 믿죠. 이러한 덕분에 많은 이가 스스로의 공간을 꾸미기 시작한 출발점에 이케아가 함께 있었다고 말합니다. 인테리어의 개념조차 모르던 학생 시절, 이케아의 카탈로그는 내가 원하는 공간을 그려보고 실제로 구현하도록 돕는 ‘공짜 교본’과도 같았습니다. 낯선 땅에 머물며 하루하루 현지의 삶에 적응해가는 외지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간의 크기가 작든 크든, 고향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혹은 얼마나 오래 머무르든 ‘집다운 집’을 누릴 있도록 해줍니다. 적은 자본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많은 젊은이에게도 이케아의 의미는 남다릅니다. 공유 오피스 브랜드 위워크의 창립자 미겔 매켈비는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창업 초기 주말 지프 차량을 몰고 이케아 매장으로 사무실 책상을 만들 원목 판을 잔뜩 왔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에게 이케아의 원목 판은 그저 커다란 나무 조각이 아닌, 비즈니스의 실현 가능성을 투사하는 상징적인 매개였을 겁니다.


조금 과장해 표현하면 이케아는 브랜드를 넘어 ‘공공선(公共善)’처럼 기능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언가가 결핍된 상황의 사람들에게 물질적・심리적 풍족감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사회와 국가의 몫으로 여기는 일을 기업이 해낸 셈이니까요.


이케아는 퍼니싱 기업으로 매장 안에서 수천 가지 제품을 선보이지만, 결국 그들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은 물건이기보다 하나의 ‘솔루션’에 가깝습니다. 많은 기업이 디자인이라는 가치를 마지막 포장지처럼 여길 이케아는 모든 환경과 상황에 대응하는 해결 방안으로 접근했으며, 세계에 퍼져 있는 사용자는 이케아의 디자인으로 각자의 문제를 해결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나은 솔루션을 제시하는 브랜드, 미래의 브랜드란 이런 모습에 가까울 거라 생각합니다.


편집장 박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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